전 세계 법조계는 리걸테크, AI 변호사 등 새로운 문명의 출현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챗 GPT를 이용해 변호사 없이 법적 상담을 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대형로펌이 AI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인류는 AI를 통한 업역의 한계를 어떻게 지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처리하는 일자리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1~2년 뒤 AI 능력이 결정적으로 폭등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AI가 법치주의 등 사회의 기본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변호사 직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변호사는 국민에게 주어진 헌법적 권리를 수호하고, 권력을 감시·감독하는 직업이다. 권력이 법치주의를 흔들 때 변호사는 헌법과 법률을 바탕으로 사회의 건전한 법치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AI 변호사가 제대로 된 법률검토를 바탕으로 최적의 결론을 제시하는지 알 수 없고, 나아가 변호사법에 규정된 사명과 변호사의 직업윤리까지 준수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AI가 그와 관련된 사기업의 이익 추구에 몰두한 나머지 시민의 권리를 희생시킬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변호사의 역할을 AI가 대체한다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는 기계에 의해 통치를 받는 수준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질문자 의도에 영합하여 조작한 정보를 제공하는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3년 6월경 변호사가 챗 GPT를 통해 검색한 가짜 판례를 법원에 제출하였다는 사유로 벌금형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특히, 위와 같이 AI가 데이터를 임의로 조작하여 답변할 수 있게 되면서 답변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것이 힘들어진다는 점에도 주목하여야 한다. 미국 의학협회의 안과학지에 발표된 논문 중 AI가 주장한 사실이 맞다는 전제하에 작성된 것이 있었다. 두 가지 수술 중 어떤 결과가 더 좋은지 AI에게 묻자, AI는 입력했던 수술 결과 데이터 일부를 조작하여 답변했다. 사람들은 너무나 완벽한 데이터들 때문에 그것이 조작된 정보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현재는 변호사가 법률자문을 하는 경우 의뢰인과 상담한 뒤, 특정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검수한 변호사의 성명을 반드시 의견서에 기재하고 도장을 날인한다. 변호사로서 법률상담의 책임과 한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AI를 통한 법률 문제에 대한 질문이 보편화되고 기존의 분명한 책임소재의 표시와 검수절차가 없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AI가 만들어 낸 가짜정보를 가리는데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가짜정보와 조작된 AI 변호사의 법률검토 결과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잃는 사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인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AI의 새로운 물결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지는 않고, AI의 효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물결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법치주의와 국민의 권리 보호라는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변호사가 AI를 이용할 경우 AI가 제대로 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변호사가 결과에 책임지도록 하는 AI 이용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준비된 자만이 새로운 문명의 출현에 발 맞추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낼 수 있다. AI 출현이 개별 변호사들의 업무 역량을 수십, 수백 배 증대시킬 수 있으면서도, 법치주의의 수호와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