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법 위반 심사 통보
미국 이어 규제 수위 높여
“디지털광고 지배력 남용
경쟁사 광고주 손해 유발”
구글 “조사 결과 동의 못해”
유럽연합(EU)이 구글을 상대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14일(현지 시각) 통지했다. 미국에 이어 EU 마저 구글의 ‘광고 사업’을 상대로 칼을 빼든 대목이다. 구글은 이번 조치로 광고 사업 부문을 분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EU집행위원회는 구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부했다. 심사보고서는 해당 기업에 경쟁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는 문서의 일종으로, 해당 기업은 통상 10주 이내 답변을 해야한다. 이후 EU집행위는 위반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할 경우 벌금 부과 또는 행위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구글은 자사의 온라인 디스플레이 광고 기술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쟁 업체, 광고주, 온라인 게시자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쟁자뿐 아니라 광고주들의 비용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추가 조사를 통해) 최종 확인될 경우 이러한 관행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EU 집행위는 광고 사업부에 대한 매각 명령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위원회의 예비적 견해는 구글이 일부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매각해야만 경쟁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매각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아직은 구글 측에 정식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EU가 반독점법 위반에 대해 사업의 주요 부분에 대한 매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현재 △ 온라인 상에서 광고 공간을 중계하고 △ 각종 매체가 광고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광고 경매소를 운영하며 △이를 위한 각종 기술 서비스 도구들을 공급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구글이 이러한 전방위적인 생태계 장악을 통해 자사의 온라인 광고 판매소인 ‘애드 익스체인지’(AdX)에 유리하도록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구글 광고서버인 DFP를 통해 진행되는 광고 입찰 과정에서 AdX측에 경쟁사가 제시한 입찰 가격을 미리 알려주는 행위를 그 근거로 들었다. 구글은 전 세계에서 절대적인 지위에 있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28.8%에 달한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 대해 구글은 “EU 집행위의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대응할 것”이라면서 “EU의 조사가 광고 사업의 좁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구글은 “우리의 광고 기술 도구는 모든 규모의 기업이 새로운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구글은 경쟁이 치열한 이 분야에서 게시자와 광고주 파트너에게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디지털 광고 사업을 둘러싼 압박은 전 세계적이다. 올 1월 미국 법무부와 8개 주정부도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무부는 역시 구글 애드 익스체인지(AdX)를 문제 삼았다. 법무부는 당시 애드익스체인지에 대해 “골드만삭스나 씨티은행이 미국 증권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이 빅테크 기업의 광고 사업을 해체해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했다. 현재 영국 역시 유사한 성격의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전 세계적인 압박에 구글은 매각 만큼은 피해야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광고사업 부문을 별도 자회사로 분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미국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파벳은 법무부가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이 같은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글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법무부는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애플이나 구글을 상대로 앱스토어 독점을 금지하는 규제 방안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