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볼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이 스위스에서 13일 국민투표로 통과됐다.
이번 조치로 스위스는 앞서 이미 담배 광고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채택했던 유럽 이웃 국가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게 됐다.
스위스는 건강하고 환경친화적인 국가 이미지가 있지만, 유럽에서는 담배 규정이 매우 느슨한 축에 속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는 술집과 식당 흡연이 금지된 지 오래됐지만, 스위스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었다.
슈퍼마켓에 가면 최신 담배 샘플을 쉽게 받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무료 담배 샘플 배포는 몇 년 전에 금지됐지만, 담배 광고는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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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비아 바세폴렌 사회민주당 의원은 담배 광고 금지 운동을 벌인 의사·교사협회에 경의를 표하며 투표 결과를 환영했다.
그는 스위스TV에 "사람들이 청소년 중심을 두는 이번 정책을 위해 정말 열심히 움직였다"고 말했다.
왜 늦었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약 20년 전 제네바에서 역사적인 담배규제 기본협약을 채택했다.
스위스는 이 법안에 서명했지만, 이번 투표가 있을 때까지 유럽에서 유일하게 법안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였다.
유럽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스위스 담배가격은 싼 편이다. 스위스 성인의 27%가 담배를 피우는데, 이는 유럽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더 엄격한 규제 도입을 담은 법안들은 스위스 의회에서 여러 번 부결됐다.
활동가들이 담배규제 관련해서 국민투표 서명을 충분히 모은 후에도 스위스 정부는 반대 입장을 모여왔었다.
그 배경에 필립모리스, BAT, JTI 등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거대 담배 회사의 로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담배 산업은 스위스 경제에 매년 60억달러(약 7조1982억원)와 1만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 영향
투표가 있기 며칠 전, 담배회사들이 반대 운동에 자금을 지원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담배 광고 금지 법안 반대론자들은 합법적인 제품의 광고 금지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건강에 해롭다고 여겨지는 설탕이나 술 등 다른 상품에도 제한 조치가 이어지는 발단이 된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케이크와 소시지에 '다음 차례는 이것들'이라는 글씨가 적힌 포스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스위스는 매년 담배 질환 사망자가 9000명 발생하고 있으며 관련 질병 치료비는 의료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흡연자든 비흡연자든 모두가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료 비용도 높인다.
60% 이상이 담배광고금지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는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투표 결과 찬성표는 56%로 여론조사 수치보다는 낮았지만, 반대표보다는 더 많았다.
스위스암연맹의 스테파니 드 보르바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건강이 경제적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함께 국민투표에 부쳐진 동물 실험 금지안, 기업의 자금조달 관련 세금 감면안, 언론사에 대한 재정 지원 증액안 등은 모두 부결됐다.
동물실험 금지안은 스위스 세계 수준의 의료 연구 개발 분야에 너무 제한적이라고 간주됐다.
많은 유권자들은 또한 언론사 재정 보조금은 미디어 재벌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갈 것이라고 여겼으며, 기업 인지세를 폐지하면 이미 부자가 된 사람들을 더 부유하게 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결정하기에는 복잡한 주제들이지만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 시스템은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난해한 문제의 경우, 정부 조언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13일 스위스 정부는 언론 보조금 지급 찬성을 촉구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업 인지세 감면과 담배광고금지안 관련해서도 유권자들은 정부의 뜻과 반대의 선택을 했다.
스위스 정부 장관들이 유권자들과 너무 동떨어진 생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의 한 정치 평론가는 23일 "경제적 자유와 건강 중에서 대다수의 유권자는 후자를 선택했다"며 "광고 금지든, 흡연 금지든, 담뱃값 인상이든 간에, 정치인들과 달리 담배 로비는 더 이상 국민들 사이에서는 통하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