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업체 ‘이포비’
AI 활용 법무 세미나 성황
계약서 작성, 서면요약 등
다양한 변론 방안 소개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강의실에서 변호사들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다. <유지인 기자>
토요일인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강연장이 변호사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4시간여의 강의가 진행 되는 동안 흐트러짐 없이 각자의 모니터에 집중했다. 바쁘기로 소문난 변호사들이 주말 오후를 반납하고 함께 모인 이유는 AI 기술을 활용한 법무 혁신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날 세미나는 교육전문업체 이포비(e4B)가 '법무 업무력 향상을 위한 생성형 AI 활용법'이라는 주제로 열었다. 수도권은 물론 부산, 울산 등 각 지역의 변호사 및 전문가 30여 명이 찾아왔다. 1년 차 어쏘 변호사부터 60대 시니어 변호사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세관장, 세무법인 대표 등 법조 인접 직역에서도 참석했다.
강연자로 나선 조우성(55·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는 자신이 AI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계기에 대해 "급하면서도 게으른 성격 탓"이라고 설명했다.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정확하게 처리해내는 AI의 특성이 자신의 니즈에 부합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AI를 만나서 빠르게 의뢰인이 요청한 업무를 처리하고, 남는 시간 동안 보다 넓은 범위의 자료를 검토해 의뢰인이 요청한 것보다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곧바로 직접 AI에 명령어를 입력해보는 실습이 이어졌다. 조 변호사는 법무 상황을 △계약서 작성 및 검토 △법률자문 △민사소송 △형사송무 △자기계발 및 연구 등으로 나누고, 각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명령어들을 소개했다. 이날 AI 프로그램은 클로드 3.0이 사용됐다.
그는 먼저 AI에 형사 고소장을 작성하도록 시켰다. 의뢰인과 상담한 내용과 함께 '이 내용을 토대로 고소장을 작성해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하자, AI는 몇 초 만에 체계적으로 답변을 작성했다. 이어서 "위 고소장에 대해 상대방은 어떤 방어 논리를 펼 수 있을지 상상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설명해줘."라는 명령어를 입력창에 넣자, AI는 각각의 가능성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고 상대방이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변론을 제안했다.
이 밖에 △의견서 작성 △소장 및 서면 요약 △특허 침해 사건 △비밀유지 약정서 작성 △계약서 검토 △영문 번역 등 AI를 법무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소개됐다. 이날 다뤄진 사례는 총 40개, 프롬프트는 200개에 달한다.
조 변호사는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디테일한 질문'을 강조했다. 예컨대, 단순히 'NDA(비밀유지계약) 초안을 검토해달라'고 명령하는 것보다는, AI에 '너는 NDA 전문가야'와 같은 명령어로 가상의 캐릭터를 학습시킨 후 작업을 요청하면 보다 정교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또 '보수적으로', '공격적으로'와 같은 표현을 통해 답변의 수준을 조절할 수도 있다.
강의를 들은 변호사들은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듯했다. 중견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AI 시대에 법률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지만, 오히려 AI를 잘 활용하면 변호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법률 서비스의 퀄리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니어 변호사는 "앞으로 AI를 다룰 줄 아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변호사로 나눠질 것"이라며 "AI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고 소감을 말했다.
울산 지역의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일부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자문에 있어서 AI가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 있겠지만, 형사 사건과 같이 변호사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한 업무를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