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환승 구역 등에서 장기 체류 중인 이른바 ‘공항 난민’에게 최소한의 법률 조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지방변호사회(회장 안관주)·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21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한변협회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난민지원 공익활동 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발표회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가 후원했다.
이날 최수진(사법시험 44회) 변호사는 ‘인천공항 난민 사건 승소 사례 소개’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 변호사는 “인천공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했지만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은 외국인은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공항에 체류해야 한다”며 “1심에서 승소해도영종도 내 마련 난민지원시설에 머물면서 시설 밖으로는 나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가 인천공항이나 난민지원시설에 머무는 외국인과 접견하기 위해서는 미리 접견 신청서를 제출해야만 공항이나 시설을 방문할 수 있다”며 “이는 구속된 피의자를 접견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억류’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국가가 ‘장소 이동 제한’을 풀어주더라도 비용 등을 이유로 소송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며 “법원이 소송 비용 면제 결정을 하지 않으면 변호사가 자비를 부담해서 도와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료변론확인서를 받지 않으면 경유증이 면제, 되지 않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과연 변호사 조력 범위가 어디까지 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의욕 저하로 이어지곤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소송 진행 중인 외국인들이 ‘변호사에게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난민법 제정·시행은 국가에 의해 이뤄졌고,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 1심 승소 판결을 받은 자에 대해 여전히 시설 내에 체류하도록 하는 주체도 국가”라며 “구속된 피의자·피고인에게 필수적으로 국선변호사가 정해지는 것처럼 일정한 장소에 강제적으로 체류하며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 중인 외국인에게 국가가 법률조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종찬(사시 49회)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출국 대기실 난민인정 신청자가 불회부 결정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력’을 제공해야 한다”며 “불회부 결정 통지 시 불복 방법에 관해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불회부 결정 사유를 영문으로 제공하는 등 절차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보호소의 경우에도 이 같은 ‘최소한의 조력’을 현행 실무로 운용 중”이라며 “출입국 심사 제도를 운영 중인 네덜란드, 스위스, 프랑스 등의 법률 조력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최소한의 조력’은 당장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해외 국가에서는 이러한 외국인들에게 최소한의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모든 공항·국경 비호신청자가 무료 법률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신청 센터에는 상주하는 변호사가 있고, 정부 지원을 받는 법률구조위원회(Legal Aid Board)가 소송 대리인 지정과 일정 관리를 담당한다. 스위스는 공항에서 비호를 신청한 사람에게 비호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무료로 법률 조력을 제공한다. 프랑스는 출입국항에서 불회부결정을 받은 신청인은 48시간 내에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소송 중에는 무료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인천변회는 지난해 5월 ‘인천공항 난민지원 변호사단’을 꾸렸다. 변호사단은 공항 체류 난민 신청인 접견과 법률상담, 소송 대리 등을 해 왔고, 소송 지원을 한 17건 중 7건을 승소했다.